현대우화 Modern Allegories
김중옥, 해요 Kim Joongok, Heyo
2025.5.21.-6.21.
갤러리 지우헌 Gallery Jiwooheon
눈을 뜬 채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거리의 표지판, 창가의 먼지, 선반 위 오래된 물건들. 익숙함이 낳은 투명함 속에서 대상은 그저 사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중옥과 해요의 두 손을 거치면 그 평범한 일상의 파편들은 갑자기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갤러리 지우헌은 5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현대미술이 가진 알레고리적 시선을 조명하는 전시로 김중옥과 해요 작가가 함께한 《현대우화(Modern Allegories)》를 개최한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작품들은 일종의 주문과도 같다. ‘눈을 감아라, 그리고 다시 보라.’ 이것이 두 작가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김중옥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한 교감을 상기시킨다. 마치 한국 전통 설화에서 튀어나온 듯,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우화를 들려준다. 양주의 한적한 시골에서 작업하는 그는 유기견의 눈빛과 산등성이의 굴곡에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한다. 미술과 철학을 전공한 작가의 시선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의 붓 끝에서 주변 인물과 동물, 자연 풍경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인간 내면의 거울이 된다.
반면 해요는 일상의 사물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그의 화폭에서는 화집, 엽서, 물병과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 연극적 장치로 변모한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메타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아는 것'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유도한다. 리넨천의 질감을 살린 매트한 물감 사용은 마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시간의 깊이를 담아낸다. 그에게 사물은 단순한 정물이 아닌, 미시적 우주의 단편들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겉보기에 다른 세계를 다루는 듯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통된 시선이 흐른다.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태도, 친숙한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굴해 내는 해석학적 감각이 그것이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말한 '별자리(Konstellaion)’ 개념처럼, 이들은 흩어진 일상의 파편들을 새롭게 연결하여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패턴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현대우화》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는지, 매일 스쳐 지나는 사물과 풍경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묻는 동시에, 그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 스스로 작품과 대화하며 자신만의 우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김중옥의 자연적 상징과 해요의 정물적 무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읽어내는 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김중옥(b.1989)은 건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현대미술과를 졸업했고, 2017년부터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매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 《천둥벌거숭이중옥》(2024, 갤러리 래빗앤타이거, 서울), 《Talking Dog》(2022, 갤러리 Irrgan, 라이프치히, 독일), 《Waeld》(2020, 갤러리 아노브, 서울)이 있다. 주요 그룹전으로 《Fairy Foundation》(2023, Haus der Statistik, 베를린, 독일), 《Dreamy Cube Curve》(2022, Pilotenkueche, 라이프치히, 독일) 등에 참여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Pilotenkueche(2022)에서 레지던시를 거쳤으며, 현재 경기도 양주 선조들의 터전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업하고 있다.
해요(b.1983)는 제주대학교 예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제주도를 거점으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 《Heyo: Still Life》(2024, 큐아카이브, 서울), 《Intimate Sight》(2022, 아잇 갤러리, 서울), 《Colour Flow》(2016, 제주&아트스페이스9, 제주)를 개최했다. 그룹전으로는 《옥토 OCTO》(2025, 페이지룸8×갤러리 지우헌, 서울), 《삶, 다양성》(2024, 갤러리X2, 서울), 《One, One》(2023, 미들맨 갤러리, 부산) 등에 참여했다. 2015년 제주 청년작가전에서 우수 청년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
문의 : 02-765-7964, areum.kim@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