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다른 섬 풍경
이중섭 미술관은 지속적으로 제주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기획초대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기획초대전 <색(色)다른 섬 풍경>展은 이중섭미술관이 추구하는 이중섭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서귀포의 문화도시 구현을 위한 맥락과 맞닿아있다.
자연의 형상들은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모방되고 해석된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만인에 의한 만인에 의해 해석되는 자연’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이번 다섯 명의 화가들이 내놓은 <색(色)다른 섬 풍경>展의 출품작품은 다섯 명의 제주 작가들이 제각기 다른 스타일로 섬의 자연과 주변 풍경을 그린 것이다.
김현수는 녹색 모노톤으로 형체를 불분명하게 구획한다. 경계와 대상들의 구분이 중첩되거나 흡수되는 평면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입체 형상들이 기하학적인 형태로 진전되면서 마치 추상화 단계로 나아가는 경로를 보여주는 듯하다.
박순민은 서귀포를 마치 서정적인 동화의 나라로 그려내고 있다. 오일파스텔의 부드러움이 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섬이 보이는 도시 풍경은 따뜻한 이상향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인 듯하다.
송묘숙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제주의 풍경들을 마치 손에 잡고 있는 듯하다. 매우 시골적인 풋풋함으로 큰 부담 없이 주변의 대상들을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다.
임영실은 식물의 특징을 찾아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드러낸다. 형태와 구조에서 분리되는 덧댐, 그리고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마치 파편을 던지듯 붙여버린 화면에는 의식의 흐름 같은 시간의 흔적이 보인다.
홍지안은 세상의 모든 형태를 색의 작용으로만 단순화시킨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래와 바다, 그곳에 맞댄 땅도 하나의 색판에 불과하게 처리된다. 넓은 면에 비해 보일 듯 말 듯 한 선묘의 형태가 마음의 심연을 기어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