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부산은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는 동물의 정면 모습을 화면 가득 담은 사석원의 『정면돌파』展을 개최한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를 테마로 한 『하쿠나 마타타』展 이후, 8년 만에 부산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이번에도 지난 그림 인생을 함께해 온 사석원의 동물들이 어김없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기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물의 저돌적인 자세다. 지난 전시 『희망낙서』展(가나아트센터, 2018)에서 사석원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 그 시절 에너지와 열망을 동물의 표정과 몸짓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전시 이후, 돌파력과 생명력의 표상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던 동물의 정면 모습을 막힘없이 그려나갔다. 유난했던 지난 여름의 더위도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쏜살같이 작업을 마쳤다. 그 결과물 신작 32점으로 부산을 찾았다. 동물 그림의 명수 사석원, 이번에는 그야말로 ‘정면모습으로 정면돌파’다.
사석원은 동물의 정면 모습에서 응축된 내면의 힘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이었다.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의 거역할 수 없는 권위와 용맹함은 난관 앞에서 자포자기하거나 회피했던 지난 날의 나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또한 산도 뚫고 지나갈 듯 기운 넘치는 황소의 우직함과 뚝심, 그리고 나쁜 기운을 모조리 쫓으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울어 젖히는 수탉의 불 같은 의지는 자신 안에 숨겨졌던 교만과 착각, 위선과 탐욕을 일깨웠다. 당당하다 못해 고귀하기까지 한 동물의 모습을 흠모하여 닮고자 한 열망은 힘있는 붓질로 이어졌다. 사석원은 특유의 필법으로 한껏 고조된 생명의 꿈틀거림을 절묘하게 피워냈다. 그것은 기운생동,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원초적 생명력의 분출이다. 앞으로 돌진하는 황소의 거센 콧김이 화면 밖까지 전해진다.
 
사석원은 유화로 작업하면서도 동양화 붓을 놓은 적이 없다. 동양화 기법으로 서양재료를 써서 동물을 통해 그 무엇을 조형화하는 것이 그가 지속해 온 작업이다. 팔레트를 쓰지 않고 캔버스에 원색의 유화 물감을 짠 뒤 그리는 방식이 사석원 그림의 특징이다. 원색의 두터운 물감이 주는 물질감과 촉각성으로 인해 화면 전체에 생생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폭에 물감을 올려 발라 붓으로 형상을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과 더불어 지난 전시 희망낙서 연작에서 새롭게 시도한 화법의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정교하게 그림을 그린 뒤 두껍게 발라진 물감을 나무판으로 밀어낸 작업이다. 지우기를 가미한 화면에는 뭉개지고 밀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밀어내고 지워도 흔적은 남게 마련이다. 작가는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웠다고 말한다. ‘놓는 연습’을 위해 계속 쌓아온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색은 한번 지웠을 때 채도와 명도가 올라가 더 밝은 느낌을 준다. 지우고 난 뒤 보이는 또 다른 색채는 색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영원한 창작 에너지는 청춘이라 말하는 사석원 작가. 청춘을 돌아보고 새로운 동력을 얻은 그는 동경했던 동물의 정면 모습에서 기운을 받아 다시 앞으로 돌진한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동물의 정면 모습을 흠모하고 그 모습을 닮으려 하지만 그런 외형을 이룬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바르고 강건한 기세로 무엇을 물리쳐야 할까? 교만과 착각, 부조리, 위선, 탐욕 등 온갖 야만적인 품성이 내 속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진짜 적들은 그것들! 동물들의 당당한 정면모습에서 기운과 교훈을 얻어 곧장 뛰어들어가 내 안의 진짜 적들을 쳐부수는 것이다. 정면모습으로 정면돌파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진정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내가 보고 싶다.”

사석원 전시문의 :  051-744-2020

가나아트부산 :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2 노보텔앰배서더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