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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 전시 2021기억공작소Ⅱ 정종미展 - 진혼-‘사미인곡’

전시기간 2021-05-12~2021-07-11
전시장소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2층)
전시장주소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77 봉산문화회관 지도보기
오픈시간 10:00~13:00, 14:00~17:00
관람료 없음
기관명 봉산문화회관
문의 053-661-3500
웹사이트 www.bongsanart.org

상세내용

2021 기억공작소 정종미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아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어머니의 품과 같은 편안함과 유년시절 어디선가 느꼈던 아련한 기억 속 포근함이 온몸을 감싼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자연성 회복을 일깨워 주는 이 신묘한 분위기는 다름이 아닌 우리 조상들부터 내려오는 DNA의 발현이자 물질에서 느껴지는 회귀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한지에서 나오는 은은함과 자연성이 담긴 색채에서 느끼는 익숙함이 마치 자애로운 모성의 은유적 경험과 같은 평온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안락함 뒤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진실이 숨어있다. 드러내지 않은 인고의 삶을 살아온 이 땅의 어머니들 희생이 그런 것이다. 숱한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지만,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불합리와 불평등 속에서 소리 없는 희생을 강요당하였고 마모되는 삶에 대한 간절한 슬픔과 숨은 욕망을 참아내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강함이 인정받던 시대에 여성성은 주류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혀지고 인정받지 못하였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로 지금의 시대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녀들의 삶이 은은한 색채 뒤에 애착과 연민으로 다가오게 하는 전시이다.

 

 

한국 여성성에 바치는 진혼

작가의 여성성에 대한 탐구는 한지에 대한 애정부터 시작된다. 멀리 미국의 종이공방 수련과정에서 전 세계의 재래식 종이를 접하고 연구하면서 한지의 우수성과 한국 여성과의 동질성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나는 닥종이에서 우리 한국 여성의 기질을 발견한다. 종이와 여성은 생태학적인 면에서 기질을 공유하고 있다. 오랫동안 장지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종이를 찢고 갈고 바르면서 이 종이가 지닌 기질과 내가 거기에 담고자 하는 여성성이 일치함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닥섬유가 가지는 오래가고 질긴 습성과 강인한 근성을 한국 여성의 성정과 결합함으로 단순한 물질적 대상이 아닌 한국적 미감을 발현하는 매개체로 연결을 시켰다. ‘She’, ‘미인도’, ‘보자기 부인그리고 역사 속의 종이부인등으로 변천한 종이부인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어머니로 대표하는 익명의 여성과 역사와 함께 실존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경외와 숭고의 진혼을 올리는 체현을 한 것이다. 특히, 과거 가부장적 사회 규범 체계 속에 여성들이 규방에 모여 한 단순한 노동으로 치부된 수공예품에서 현재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으로 재평가된 유일무이한 한국 조각보를 작가는 미학적 차원을 넘은 시공간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작가는 보관이나 혹 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보자기, 무엇을 싸고 덮고 모아주는 이 보자기에 여성들은 많은 사랑과 꿈과 그리고 눈물을 쏟았으리라...”라며 아픈 시대를 보듬고 안아왔던 한국 여성을 보자기의 미학을 구체화하며 한국의 미, 한국의 색, 한국 여자 등 어떤 표면적 전형성의 이면에 담긴 여성의 숨은 역사까지 감싸주고 품어주는 보자기의 의미를 담으려는 노력을 지속한 것이다.

 

 

많은 연구와 고찰 그리고 집요함

작가는 대학시절 수묵은 남성적이고 채색은 여성적이라는 이분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한 것을 좋아하는 가부장적 사고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이런 화두가 오히려 채색 연구의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한지와 보자기 미학의 우월성을 취득하며 유교문화, 일제강점기, 맹목적 서구화를 거치며 변질, 왜곡되어 온 고유의 채색기법 재현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채색의 역사적 계보 추적을 위해 고구려 벽화나 고려불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궁중 색채와 민화를 연구하여 폄하된 채색, 사라진 재료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채색에 담긴 오행사상과 불교철학의 뿌리를 발견함으로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상징성과 색채 속에 공간과 시간을 포함한 자연에 대한 해석이 담김을 알아냈다. 또한, 재현을 위한 복잡한 과정을 실현하면서 재료학에 몰두해서 한국적 색채미학과 형식미를 정립하게 된다. 자연주의 안료와 염료를 사용하며 천연의 색을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는 콩댐기법으로 예를 들 수 있다. 튜브물감에서 찾을 수 없는 자연이 주는 깊이감과 온화한 광택을 찾기 위해 서양의 템페라와 같은 전통방법을 콩댐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 외 비단과 모시 꼴라쥬 기법, 다양한 한지의 회화적 염색기법 등 재료가 가진 물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지속한다. 작가에게는 천연 석채(돌가루 안료)나 자연 염료와 같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에서 나오는 맑고 깊은 건강한 자연색이 작가의 주된 관심사인 한국의 여성성을 담기에는 아주 적합한 물질일 것이다. “재료가 왜 중요한가 하면 미술이란 것이 물질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좋은 전달책을 만들지 못한다. 그다음에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현대미술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작가에게는 물성에 대한 연구로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행위그 자체가 동시대 미술이며 가장 현대적 표현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자연과 여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해볼 일이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조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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