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서문
이번 고운솔 작가의 ‘새가 떠나간 자리’에서 가닥 가닥의 선을 잇고 얽혀 만든 작품들은 작가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그림자는 선을 따라 형체를 만들어 갔고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알려주듯 선들은 서로를 안고 얽혀가며 그의 영(影)을 보여주었다.
작가가 만들어가는 작품에서 선은 속이 비어있는 껍데기, 벽에 흩뿌려져있는 흐느낌은 그의 정신, 그리고 그가 꿈꾸는 이상(理想)이 옅보이는 것 같다.
‘바람은 새를 떠오르게 만들고 새의 날개는 바람을 남긴다. 새가 떠나간 자리에는 바람의 그림자만이 묻어나 있다.‘ 전시를 보며 느껴진 감상이다. 어딘가를 향한 날갯짓의 형태가 떠나고 난 뒤 남은 그림자를 보면 슬픔인지 희망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감정이 떠오른다.
작가의 전시를 통해 허무와 추락, 삶과 죽음,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희망과 치유를 떠올리며 빈 껍데기 속 영혼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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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밤, 시원했던 바람.
나는 알 수 있었다.
둥지를 두고 떠나간 자리에는 온기만이 그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다.
다시 바람이 불고
이번엔 내가 가야 할 차례,
온기만이 나를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