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대 2인전

  

[구상과 추상의 조화] 

  

표현방식에 따라 미술을 분류하는 경우 용어 상의 해석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상 미술(Figurative Art)과 추상 미술(Abstract Art)로 크게 구분하여 분류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구체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우 ‘구상 작품’이라 하고 구체적인 형태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순수한 조형 요소만을 추출하여 점, 선, 면, 또는 색채 등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경우 ‘추상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변천 과정과 우리나라 특유의 배경이 다를 뿐 아니라 작가 개인마다 추구하고자 하는 표현 정신의 차이 또한 매우 다양해서 ‘정확하게 구상이다 추상이다’를 나누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단순한 ‘흑백논리’의 한계처럼 순수한 흑과 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회색이 존재하듯이 극단의 구상과 추상 사이에 사실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단계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이번에 갤러리베누스에서 기획하는 “구상과 추상의 조화” 전시회에 모시는 권혁 작가의 경우 작품 이미지만을 보면 항아리와 접시를 실물처럼 자세히 모사한 듯한 극(極)사실주의의 구상작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다양하게 떠오르는 인물들 이미지를 마치 도공이 항아리를 빚듯이 붓으로 캔버스에 항아리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합니다. 대상의 순수한 요소만을 추출하여 면과 색채로 이미지화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추상작품 쪽에 가까워진 듯 하게 보이고, 또 다른 권순왕 작가는 비록 구체적인 형태가 없고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에 의해 영원할 수 없는 추억이나 기억을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추상화와 같은 형태로 표현되었지만 대상을 작가 의지에 따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면에서는 전형적인 구상작품의 면모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구상이다 추상이다’와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내재된 표현 의도와 함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러 표현방식 등에 따른 폭넓은 중간지대의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직접 느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