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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대전시 중구 / 전시 페이지 너머

전시기간 2022-02-22~2022-05-08
전시장소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전시장주소 대전시 중구 은행동 대종로 470 지도보기
오픈시간 10:00 ~18:00
※ 입장시간 : 관람시간 종료 30분전까지 (단, 특별전은 관람시간 종료 1시간전까지)
관람료 무료
기관명 대전시립미술관
문의 042-270-7331
웹사이트 https://www.daejeon.go.kr/dma/DmaExhibView.do?exType=01&menuSeq=6082&exSeq=105495&&pageIndex=1

상세내용

  • 기획의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기획전 《페이지 너머》는 대전 지역의 설화인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주제로 도시 이면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비추고자 기획되었다. 참여작가 박찬경, 오제성, 이덕영, 최수련, 최정은은 『한국구전설화집』, 『도시전승설화자료집성』, 『대전의 역사 디지털 아카이브』 등 대전지역 구전으로 전해지던 설화를 레퍼런스 삼아 대전 지역 설화의 예술적인 복원을 시도한다.
  • 전시내용
    오제성과 최정은은 각각 비지정 문화재와 멍게신이라는 신화의 신들을 재구성하거나 창조했으며, 박찬경은 계룡산 신도안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에 관련된 전설에 대한 민간신앙을, 이덕영과 최수련은 민담 속의 귀신, 소문 등 그림자가 없는 세계에 대해 안내한다. 대전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원형의 설화 조각조각을 꼼꼼히 엮어 직조한 《페이지 너머》의 세계로 초대한다.
  • 작가정보
    박찬경의 〈신도안도〉(2008)는 계룡산 신도안의 종교 취락에 관한 6개의 영상 작업이다. 신도안은 ‘새 도읍’을 뜻하는 말로,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선정하고자 했던 곳으로 종교나 민족 종교들의 이상 사회의 중심지로 여겨져 일제강점기 이래 수백 개의 종교 단체가 생겨난 곳이다. 신도안은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단군이나 태극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세상을 꾸리려는 80여개의 종교단체가 창궐했다. 1975년 계룡산 국립공원화 사업에 의해 상당수의 종교시설이 철거되고 1983년 신도안에 육해공군 통합본부 계룡대 건설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도안의 주거지는 물론 남아있던 종교시설도 대부분 철거되거나 주변으로 이전되었다. 〈신도안도〉(2008)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시도했던 수많은 토착종교 세력들의 발자취를 영상과 사진들로 제시한다.

    오제성은 전국 각지에 미지정 비보호 문화재들을 답사한다. 미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청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지정 보호되지 않는 모든 형태의 문화재를 말한다. 〈인덱스〉(2020~2022) 작업은 책 마지막의 ‘색인’에 해당하는 것처럼 방문한 곳들의 목록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인덱스〉(2022)는 대전 용운동 여장승, 대전 용호동 하산디 벅수, 대전 읍내동 벅수, 대전 화암동 장승 등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대전 지역의 비지정 문화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비지정 문화재를 3D로 스캔한 다음, 이를 토대로 만든 거푸집 안에 흙을 넣어 세라믹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를 통해 미지정 문화재는 미술관이라는 공적인 공간의 작품으로 그 위상이 복권된다.

    이덕영은 특유의 치밀한 선으로 보문산의 전설을 주제로 한 드로잉 신작을 선보인다. 보문산은 대전 중구의 위치한 산으로 복주머니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에 어느 나무꾼이 연못가에 물고기를 살려 주자, 물고기가 복주머니를 선물했다. 나무꾼이 주머니에 동전을 넣자 화수분처럼 동전이 나와 부자가 되었는데, 이를 시샘한 형이 나무꾼의 주머니를 빼앗아 도망치다 복주머니에 흙이 들어가 흙이 마구 쏟아져 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보문산의 전설을 재해석한 〈조용한 마을에 던져진 소문〉(2022)은 전설의 주인공인 나무꾼보다는, 통째로 흙에 매몰된 마을의 비극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물고기의 은혜로 부자가 된 나무꾼을 보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을 사람들을 ‘귀’로 상징하여 일상 속에 존재하는 소문, 미신, 신앙 등을 당시 생활의 중심이었던 농경지나, 지게, 농기구, 항아리 등을 통해 재조명한다.

    최수련은 중국 청대 지괴설화집인『요재지이』, 중국 북송초에 편집된 500여권의 설화집인『태평광기』를 주된 레퍼런스로 귀신과 도술 등이 혼재된 세계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전을 배경으로 한 구전설화 중 지역명이나 인물명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영어 번역본과 병기해 소개한다. 무귀론을 주장하다가 귀신에게 혼난 이야기인 불모산, 반대로 귀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이야기인 성황나무, 귀신을 보거나 들은 이야기인 사곡, 현재는 사라진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인 모정, 귀신 탓인지 뭔지 영문 모를 중립적인 이상한 이야기인 날궂이 등 5가지 이야기이다. 마치 오래된 책의 한 페이지처럼 삽화와 함께 배치하고 그 위에 다양한 낙서와 끄적거림이 얹어진다. 낙서에는 귀신에 대한 발화에 대한 한문설화필사나 영화 대사를 활용한 표어 문구, 동양적 클리셰를 담은 옛 그림의 일부분 등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다. 사람을 통해 구전되는 설화들 속에 내제된 부조리함과 불가지성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현재와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최정은은 혈액을 만드는 멍게의 유전자와 인간 간의 많은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류의 시작으로 ‘멍게신’을 설정했다. 이는 멍게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보다는 누구나 신과 믿음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작인〈오직 넘치는 사랑의 일기〉(2022)에서 멍게신의 생물학적인 또 다른 원류로 대전 설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함께 제시한다. 과거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주변적인 존재로 그려지곤 했다. 대전 도안동의 가새바위 전설 속 집안의 대들보인 효녀거나, 대전 산직동 용태울의 용이 승천하지 못하도록 부정 타게 하는 아낙네거나, 대전 숭어리 샘의 시집 못한 과년한 색시거나, 대전 우산봉의 대를 잇기 위한 수단인 여인이거나 말이다. 작가는 대전의 설화에서 보이는 편파적이고 왜곡된 여성의 지위를 다시 복권하여 인류의 시작인 멍게신과의 성스러운 결합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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