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인 세계 너머의 이면을 직관적인 연출과 화면 구성을 통해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한 박형근의 대표 연작 《Tenseless》의 신작(2020~2022)을
2015년 이후 7년만에 소개하는 자리다.
최근 인류에게 닥친 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간과해왔던 미시적인 존재들을 드러나게 했고,
이를 촉발하게 한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생태학적, 미시적 차원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상생과 화합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전시 제목 《중중무진 重重無盡》은 우주의 모든 사물이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는 세계관을 뜻한다.
하얀 얼음이 떠 있는 새파란 강물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동굴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혜성들과 같은 장엄한 풍경은 미시적인 존재로 이루어진
대자연의 실체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역으로 자연 앞에 선 인간 역시 한낱 미시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