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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 전시 [LEEAHN GALLERY DAEGU] 하태범 White - facade 2019. 09. 06 - 10. 19

전시기간 2019-09-06~2019-10-19
전시장소
전시장주소 대구시 중구 이천로 188-1 지도보기
오픈시간
관람료
기관명 리안갤러리
문의 053-424-2203
웹사이트 http://leeahngallery.com/
후원 O

상세내용


● 전 시 명 : 하태범 White - facade

● 전시기간 : 2019. 09. 06 - 10. 19

● 전시장소 : 리안갤러리 대구 

● 오픈시간 : 월 - 토 10:00 am - 06:00 pm

● 관람요금 : 무료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이천로 188-1 

● 문의 : 053-424-2203 

● 웹사이트 : http://leeah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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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범, Illusion-1, 2018, pigment print, glass with wood frame, 100 x 150 cm



     세계 각지의 전쟁, 재난 참사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사진을 흰색 이미지로 재현해 매체의 속성과 대중의 수용적 태도에 관한 사유를 유도하며 특유의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하태범 작가의 개인전 <White - facade>가 2019년 9월 6일부터 10월 19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 <White - facade>는 특히 작가가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White》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기존 실현 양식인 참사 보도사진을 흰색 모형으로 제작해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illusion》 연작과 함께, 새롭게 시도되는 종이와 스테인리스 스틸 커팅을 이용한 일종의 부조 조각인 《surface》와 《facade》 연작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하태범 작가는 독일 유학 초기에 만난 리비아 출신의 친구를 통해 중동지역의 분쟁, 테러 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에 있을 당시, 정치적으로 무관심했고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그가 중동지역의 정치, 종교적 문제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보도 태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이중적 태도에 예술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White》 연작은 시리아와 예맨 등의 중동지역은 물론 러시아와 조지아의 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테러, 재난 참상에 대한 보도사진을 예술적 모티프로 삼아 매우 세밀한 흰색 모형으로 재현하여 다시 원본 보도사진과 같은 시점으로 재촬영하는 작업이다. 실제의 참상 보도사진에는 폭파된 건물들, 혼돈과 폐허로 점철된 환경,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과 폭력성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이를 대할 때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동화되어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과 심리적 거리감을 두며 안도감을 갖는 상반된 감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태범은 본래의 여러 가지 색이 전달하는 시각적 폭력성을 하얗게 탈색하고 구체적 요소들은 제거하여 중립적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이는 참상 보도사진에 향하는 이러한 이중적 감정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그러한 처참한 현실에 대한 감정적 자극이 점점 무뎌지고 무신경해짐을 보여 준다. 실제로 신문, 잡지, 인터넷 매체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참상 보도사진들은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전무한 다른 세상의 일로서 연민이든 안도감이든 깊고 지속적인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하고 표면적이고 순간적 감정으로 스쳐 지나가듯 가볍게 취급된다. 흰색 모형으로 재현된 사진은 이러한 감정적 공(空)의 상태, 즉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방관자적 태도로 가볍게 소비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수용자 시선의‘폭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보도사진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사실로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사진 기자가 선택하는 피사체, 각도, 프레임 등 갖가지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으며, 어떠한 특정 의도성을 통해 현실 인식을 방해하거나 조작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동 문제의 경우 우리는 주로 서구의 시각에 근접한 인식하에 테러를 일삼는 악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일방향적 시선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태범 작가는 한 사건에도 여러 가지 상반된 입장과 해석이 가능하며, 그에 따라 절대적인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가 원본 보도사진을 하얀 모형으로 제작하고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과정에서도 원본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상당한 인물이나 시체, 건물이나 풍경 등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부분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도 있으며, 이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그의 복잡한 작업 방식은 이러한 미디어의 의도성과 조작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매체라는 필터링을 통해 현실의 사건을 접하듯이 흰색의 동화적 상황으로 재현된 작품을 통해 우리는 선도 악도 아니고 반대로 선도 악도 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처절하게 참혹한 현실이면서 동시에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종이와 금속 재료를 커팅해서 제작한 이번 신작 《surface》와 《facade》 시리즈를 통해서 재현된 실재로서의 ‘연극성’을 더욱 부각하고자 했다. 연극무대 장치의 경우 과감한 생략과 삭제를 통해 현실적 상황을 암시할 수 있는 환경적 배경의 단편적 진수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종이나 금속 면을 세밀하고 예리한 커팅 작업을 거쳐 3차원 부조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파괴된 건축물의 파사드는 참사의 현장에서 파생된 상징적 진수, 즉 부수적 이미지를 제거하고 원본에 변형을 가한 허구적 실재로서 원본과는 상이한 하나의 확장된 시공간을 형성한다. “현실을 심층적으로 사유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허구화가 필요하다”는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의 주장처럼 하태범은 연극성을 강조하면서 앞서 말한 보도사진에 개입될 수 있는 의도성을 극적으로 문제의 중심에 놓는다. 탈색된 백색의 이미지를 통해 재현된 충격적인 참사 현장은 완화되고 유화된 세상으로서 우리의 무관심과 무신경에 대한 회의와 함께 진심 어린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민한 감각을 되찾도록 한다. 즉 그의 작품은 그것이 재현하고자 하는 ‘현실’ 그 자체를 다시 보게 하는 일종의 관문으로 작용한다. 흰색의 표면은 참상의 참혹함과 폭력성, 두려움, 죽음의 공포, 연민 그리고 안도감 등 그 어떤 감정이라도 각각의 관객들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과 사유의 시각이 교차하며 ‘채색’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된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참상의 세계는 더 이상 우리와 관련 없는 동떨어진 세계의 일이 아니라 실시간의 현실적 문제로서 우리와 교감 가능한 것이 된다.


     작가는 또한 일관되게 지속하고 있는 《White》 작업을 통해서 흰색 대상에 대한 순수 조형적 탐구를 실행하고 있다. 사실 흰색은 색이 아닌 색, 즉 무채색으로서의 백색 이미지는 오로지 하나의 유일한 백색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빛과 그림자의 작용에 의해 다양한 뉘앙스의 회색빛 색감으로 변질되어서야 비로소 명확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흰색 모형으로 제작한 후 사진으로 재촬영하는 작품의 경우 사진을 촬영하는 그 당시의 빛과 그림자의 조건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곳은 순수 백색으로 나타나고 빛의 영향에서 제외된 곳은 점점 짙은 회색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태범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커팅 방식을 사용한 이번 신작은 이러한 현재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흰색 부조로 표현된 건물들은 말 그대로 실시간의 인공조명, 채광 등에 의해 미묘하게 변화하는 현재의 빛의 작용에 따라 3차원성을 더욱 명확하게 하거나 희미해지게 하기도 한다. 원본 보도사진이 보여 주는 참상과는 괴리되는 재현된 오브제로서 하태범의 작품은 이러한 순수 시각적 감각의 유희의 장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감각 경험은 흰색 그 자체가 가진 상징적 의미인 눈, 순수, 깨끗함 등과 같이 일종의 감정적 카타르시스로 유도하는 매개체이다. 즉 작가는 미화된 참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참상을 즐기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재의 심리 상태에 대한 자각과 함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동안 무거운 현실에 무신경했던 방관적 태도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을 환기시키고 그를 통해 정화된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대면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한다.


보도자료 글 : 전시 디렉터 성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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