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마이페이지 | 내주변검색

아카이브

경상남도 / 전시 [시안미술관] 세상의 네 모퉁이展 (2018. 12. 01 ~ 2019. 03. 31)

전시기간 ~2019-08-31
전시장소
전시장주소 경상남도 지도보기
오픈시간
관람료
기관명 시안미술관
문의
웹사이트

상세내용


5c2d9bd56e7b9.jpg


전 시 명 : 세상의 네 모퉁이

전시기간 : 2018. 12. 01 ~ 2019. 03. 31

전시장소 : 시안미술관 

작가소개 : 박기진, 배성미, 이재훈, 허수빈

오픈시간 : Open 10:30 – Close 17:30

관람요금 :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주소 : 경상북도 영천시 화산면 가래실로 364 시안미술관

문의 : 054. 338. 9391

웹사이트 : http://www.cianmuseum.org/


세상의 네 모퉁이

김소라(OCI미술관 선임큐레이터)


흔히들 예술작품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라고 한다. 밋밋한 세상의 표면에 가로세로 선을 긋고, 한 곳에 시선을 꽂아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이때 창을 통해 보이는 것은 세상의 현상이나 외양만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접하는 것은 작가마다 서로 다른 시선에 의해 재단되고 선별된 감각과 인식, 사고의 장(場)이다. 비가시적인 세상의 원리,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의문,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작품이라는 창으로 펼쳐진다.

여기에서 어디로 창을 내고, 무엇을 바라볼지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적 태도와 관점이다. 시안미술관의 2018 레지던시 리포트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 박기진, 배성미, 이재훈, 허수빈이 바라보는 지점을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의 네 모퉁이’라고 명명하여 보았다. 서로 다루는 재료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데, 저마다 집요하게 세상의 한 부분을 파헤치고 있는 작가들이다. 대체 그 모퉁이에 뭐가 있기에 이토록 요리 보고 저리 보는지, 그 시선의 각도를 전시장을 거닐며 따라가 보고자 붙인 제목이다.



5c2d99379cb30.jpg


* 이재훈_1층 전시장 전경_벽화기법_2017,2018


5c2d993ecf1b1.jpg


* 이재훈_36개의 별_혼합재료_30x30cm(36ea)_2018


5c2d993ee337d.jpg


* 이재훈_검은 생각_혼합재료_23x9x83cm_2018


우선 1층, 전시의 도입부에서 마주하는 회색빛 세계는 이재훈의 작업이다. 그의 작업은 무엇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지, 비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일인데 점점 사고의 폭이 넓어져 한국 사회의 근대화에 대한 의문에까지 이르렀다. 사회에 구축된 시스템이 꼭 이름 없는 누군가의 작당 같다. 그런데, 그 견고해 보이는 제도에도 균열과 파열이 생겨난다. 어찌 보면 세월은 바뀌어도 사람 사는 일은 하나도 안 바뀌는 것 같다. 이에 다채로운 세상에서 색을 빼고, 이미지를 압착하여 작품 속에 중층적인 시간과 의미를 촉각적인 질감으로 담았다.


5c2d993eef409.jpg

5c2d993f2e1b0.jpg

5c2d993f218cf.jpg


* 박기진_부력(浮力)_철망,닥종이_가변설치_2018


이어지는 작업은 박기진의 <부력>이다. 흰 벽과 맨바닥,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방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로 일렁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양, 혹은, 물속에 떠 있는 양, 고요히 움직이는 대기의 흐름 속에 스스로를 맡기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장소이다. 서로 다른 공간이 교차하는 것은 작가의 오래된 관심사로 이번 작품에서도 전시장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연, 그리고 관객의 체험이 겹쳐지며 비규정적인 투명한 공간으로 열린다.


5c2d993f42b5b.jpg


* 배성미_흔들리고 부딪치는 것들_영상,시멘트 캐스팅_가변설치_2018


5c2d993f5d257.jpg


* 배성미_흔들리고 부딪치는 것들_영상_1800x1800x2300cm_2018


5c2d993f6c671.jpg


* 배성미_흔들리고 부딪치는 것들_시멘트 캐스팅_24x33x20cm,40x35x145cm_2018


일렁이는 것이 어디 공간뿐이랴, 3층에서 마주하는 배성미의 작업은 마음의 일렁거림부터 시작한다. 커다란 영상 설치부터 꾸밈없이 놓인 조각까지, 살아가면서 ‘흔들리고 부딪치는’ 것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함축적이고 시적이면서도 단단히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서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법한 작업이다. 욕망이 추동하는 힘에 의하여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도 알고, 그럼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그의 작업은 모호한 환영 대신 배추, 대걸레, 한 평의 땅처럼 구체적인 본을 들어 정직하게 현실의 조각을 담아낸다.


5c2d993f7afad.jpg

5c2d993fa0367.jpg


* 허수빈_목격_디오라마 공간세트 제작_가변설치_2018


마지막 허수빈의 작업은 일단 계단을 오르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주하는 것은 창문뿐. 그곳에서 관객은 은밀한 염탐꾼이나 감시자가 되어 숨죽이며 저 창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다. 이윽고 펼쳐지는 것은 익숙한 거리의 모습이다. 가로등이 켜진 공원, 좁은 골목, 누군가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등이 실제 도시의 이면과 똑 닮았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익명의 풍경은 바로 그 ‘있음 직함’ 때문에 더욱 상상을 자극한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부터가 실제인지 교란하며 허수빈은 인식의 틈을 민첩하게 파고든다.

이렇게 네 명의 작가가 펼쳐내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회우하며 긴밀하게 반응한다. 물론 이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둥글고 뾰족한 모퉁이들이 드러날 때 비로소 포착되는 실체가 있지 않던가.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을 비스듬히 쳐다보며 모난 곳을 찾아 조망하는 작가들의 예민한 시선이 우리에게도 또 다른 창이 되어 시야와 지혜를 넓혀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