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김양희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평면성과 반대되는 회화적 기법, 입체성, 재료의 물성 등을 연구하며 ‘돌출회화’를 통해 디지털 경험과 반대되는 물질적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개인전 <붉고 푸른 풍경>은 캔버스 속 오브제를 덜어내고 회화적 표현과 구성, 색에 집중하는 과정을 거치며 보다 구체적인 풍경으로 발전된 작품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반복되는 작업과정 속에서 발견한 작가만의 색감과 기법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며 새롭게 선보이는 파편 조각 연작과 함께 40여점의 다양한 회화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관 : 바다의 깊이 (Depth of the Sea)
수없이 많은 우연적인 붓터치와 재료의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 푸르른 화면은 돌출회화 특유의 부피감과 텍스쳐를 형성하고 있다. 일렁이는 물결 같기도 하고, 바다 속의 대지 또는 심해 아래의 퇴적물같기도 한 이 풍경은 색감의 깊이와 물질의 깊이를 드러내며 아득하고 생경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3관 : 풍경의 파편 (Fragments of the Landscape)
푸른 바다와 붉은 숲을 이어주는 공간인 3관에서는 보랏빛 설경과 푸른 정원, 파편 조각 연작을 선보인다. 스티로폼을 녹이고 부서뜨리며 만들어진 형상은 평면의 파편으로써 녹아내린 어떤 섬,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상시킨다.
4관 : 붉은 숲 (Red Forest)
붉은 숲은 다양한 질감의 오브제와 빛에 따라 변화하는 재료들, 유화물감이 축적되어 평면 위에 입체적인 물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보통의 숲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색감과 인공재료들을 사용해 초현실적이면서도 자연적이지 않은 숲을 형성하고자 의도했다. 다채로운 물질들이 쌓여 생성된 숲속에서 여러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노트
그동안 ‘돌출회화’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의 평면성과 반대되는 회화적, 물질적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전 작품들이 부피감과 재료의 다양성, 구성적 실험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 작업은 돌출회화의 기법과 작업관을 유지하면서 특정 색감과 구체적인 자연 풍경을 드러내는 여러 연작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내가 그리고 있는 것이 어떤 풍경인지, 작업 방식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은 몽환적인 색감이자, 회색 도시와 초록 숲, 하얀 벽으로 둘러 쌓인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초현실적인 색이다. 보랏빛의 설경과 일렁이는 푸른 바다, 벚꽃이 만개한 붉은 숲은 고민과 두려움, 후회, 불안함이 가득한 현실의 나를 그 이면의 세상 속에 위치하게 해 준다.
돌출회화는 회화적 양식 안에서 재료를 쌓아 올리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화면 내의 공간구조를 재구성한다. 매 순간 우연적으로 축적되는 물감 덩어리들은 제 각각의 모양들이지만 겹겹이 쌓이면서 서서히 밀도와 두께감을 형성한다. 미완으로 남겨진 수많은 과거의 경험들이 때로는 후회로 밀려오지만, 한순간의 결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긴 시간 빈틈을 덮고 채움으로써 언제든 작품 각자의 모습으로 완성을 이룰 수 있는 작업방식은 내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정원과 숲, 바다, 설경 등으로 이루어진 붉고 푸른 풍경들은 특유의 색감과 재료, 돌출하는 물성을 통해 여러 질감과 빛깔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은 수많은 과정이 깊이를 만들고 관람객과 작품이 직접 조우하는 순간에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양희(Kim Yanghee 金亮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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