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최고의 행복은 관조적인 삶에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관조(觀照)’란 ‘마음이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뜻으로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일상 속 편린의 의미와 가치마저 놓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김창열(金昌烈, 1929~2021)의 상징과도 같은 물방울은 그가 전쟁의 상흔, 타국의 이질성에 대한 절망, 예술에 대한 고뇌 등 삶의 전반에 걸친 다양한 경험과 인식을 축적해 온 결과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창열의 물방울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살펴본다면 단순한 물방울 그 자체로의 형태가 아닌 그 안에 각양각색 다양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관람객은 작품 속 물방울에서 저마다의 삶의 순간과 생명을 지닌 구체적인 존재로 인식해 보기도 한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관조의 물방울》은 김창열의 물방울을 관조와 사색의 대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에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캔버스에 영롱하게 맺혀 다양(多樣)의 감정을 머금고 있는 물방울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고 정서적 여유와 순화의 계기를 갖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