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 맞는 안정리예술인광장의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한해가 저물어 갈 무렵의 가을어귀, 어느덧 그 결과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루모색』은 작가들 저마다 보냈던 하루하루가 작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루는 누군가 문득 떠오른 영감의 실마리를 잡는 어느 날일수도, 또 누군가는 일상 고민의 단초를 잡은 날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문득 떠오르는 어떤 생각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서로 다른 하루를 지내고 있는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조용익_Survival of the fittest-Tyrannosaurus_스테인리스 스틸_80×90×90cm_2021

□ 1차 전시 참여작가: 조용익, 최중명, 천인안조용익 작가는 묻는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현대사회는 인간욕망의 증식과 확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안에 적응한 사람은 살아남고, 반대는 어느새 사라진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품은 자연의 섭리처럼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통해 살고 죽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처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유기적인 구조체인 생명이 현대사회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은 우리'는 '사라지는 것(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최중명_안부의 하루_사진_28×35cm_2023

최중명은 하루 내내 카메라를 떼놓지 않는다. 반복되는 이상한 풍경 속 개개인은 저마다 다른 삶을 온전히 살았다는 증거를 담고 있어서다. 수년간 작업한 어르신 3명의 사진은 이것을 압축적으로 나타낸다. 안정리에서 소소하고 평범한 일생을 보낸 그들의 모습 속에는 세월의 잔때가 가득 묻어 있다. 작가는 그들에게 하루하루 안부를 묻고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되새겨 보았다.

천인안_욕망_캔버스 원단, 재봉실_2023

천인안에게 소잉아트는 기억의 씨실과 날실로 직조한 기억의 조각이다.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뒷골목은 어릴 적 뛰놀던 추억의 장소다. 그림자 진 모퉁이 안에는 동심 어린 낙서와 세월에 버려진 거미줄이 뒤얽혀 있다. 짙푸른 색감으로 한 올 마다 교차하는 실들은 빛 바란 감상처럼 작품에 얽혀 있다. 작가는 어둠 속 풍경에 담긴 저마다의 감상을 풀어내 보고자 하였다.

박유선_섬 Island_백조형토_가변크기_2023

□ 2차 전시작가: 박유선, 박정우, 홍정임박유선은 자신과 타자를 섬으로 그렸다. 가까이 보면 섬은 홀로 존재하지만 멀리서 보면 바다를 두고 여러 섬이 있다. 섬은 자기 자신이면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섬은 오롯한 듯 다른 섬과 우리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어느새 다른 섬의 모습을 닮은 듯 자신만의 모양새로 공존한다. 작가는 우연한 형태 안에서 색감과 질감으로 비의도적인 소통과 그로써 만들어진 작품을 표현하고자 한다.

박정우_사드의 가위바위보 no.2_대리석, 오브제_41×62×26cm_2023

박정우는 인간본성의 한 단면에 주목했다. 사람은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며 고통과 쾌락에 허우적거린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오가는 쾌락은 더 큰 자극을 부르길 원한다. 그러나 쾌락 끝에 보이는 건 고통이다. 고통을 회피해도 우리는 어느새 쾌락을 다시 좇는다. 쾌락과 고통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항상 한자리에 붙어 있다.

홍정임_Face_리넨 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23

홍정임은 일상에서 낯섦과 이질감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에 주목해 현실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불안정한 자아를 탐구하면서, 일련의 페르소나를 매개하여 인간형상에 관한 좌절과 인간형상의 근본적인 회귀를 시도한다. 색과 형상들의 병치 또는 이미지의 느슨한 연대와 같은 작가 특유의 회화적 장치를 통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비현실적인 서사로 구성된 화면은 작가가 의도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 평택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