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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울시 강남구 무성해지는 순간들 Lush Moments

전시기간 2024-03-12~2024-04-23
전시장소 신한갤러리
전시장주소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갤러리 지도보기
오픈시간 화-토 10:30-18:30
(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기관명 신한갤러리
문의 02-2151-7684/7678
웹사이트 https://www.beautifulshinhan.co.kr/

상세내용

신한갤러리는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와 협약하여 매년 기획전을 개최, 올해는 김형수, 이진솔, 정의철 작가의 《무성해지는 순간들》을 선보인다세 작가에게 작업이란 곧 자신의 신체를 통해 느끼는 감각에 적응하고 이와 관련하여 직, 간접적으로 파생된 또 하나의 언어를 치열하게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추동되는 무성한 목소리들이 감각적으로 발화(發話)된 작업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대상이 되어 또 다른 감각들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각을 오롯이 타자와 공유할 수 없기에 그 간극에서 오는 오독과 마찰을 동반한 순간들을 무성하게 생성해 낼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적재된 무성한 순간들 사이 수많은 생각들이 뒤섞여 조금은 생경하고 낯선 울림을 만들며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운다.  


김형수 작가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을 작업에 투영시켜 보이는 것과 그 이면의 본질적인 것들을 연구하며 다양한 재료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그는 자신의 삶의 무게로 기인한 하나의 언어로 완결되기 어려운 무언(無言)의 감정들과 그로 인해 파생된 순간의 파편들을 묵묵히 작업에 담아낸다. 작가는 겹겹이 쌓인 세월의 궤적들을 한 화면에 응집하려는 듯 물감 외 돌가루와 젯소, 붕대, 철사 등 재료의 물성을 활용하여 마티에르를 살려 호소력 있게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작업에 사용된 돌가루로 인해 고르지 못한 표면은 시각적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기인하며 이는 거친 세상 속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짊어진 삶의 무게와 연관된 묵직한 시각적 울림을 선사한다. 


이진솔 작가는 전기 신호로 보내주는 음향기기를 통해 감각하는 소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방법론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소리 형태를 읽어 시, 청각화 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진행, 이를 변환하는 과정은 애초에 오독의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사이를 끊임없이 분절 혹은 연결하며 자신의 작업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그는 <불완전한 마찰> 작업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을 시시각각 공감각적으로 만들어내며 신체를 둘러싼 웅성거림, 어떤 소음, 마찰 등이 마구 뒤섞이거나 퍼져 관람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신체적 마찰을 일으키며 모종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작가는눈에 보이는 회화의 영역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운드의 영역까지 (중략) 서로 마찰이 일어나는 관점에서 고민하며 두 가지의 작업이 서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편 작가는 최근 호흡이나 심장 박동 등 신체 상태에 따라 반복, 차이가 나며 변화하는 리듬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의 상관관계와 연관지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철 작가는 사람의 얼굴과 몸에 주목, 보이는 모습과 그 이면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다. 작가는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림에 담길 바라며 아스테이지 판 위에 그림을 그린 뒤 물감이 굳으면 전체 덩어리를 떼어 앞뒤를 뒤집은 뒤 패널에 붙이는거꾸로 그린 그림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며 불확실한 얼굴과 몸의 모습들을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작업한다. 반전된 예상치 못한 얼굴의 이미지는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표상하는 듯하며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상()을 담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여겨진다. 작가는보편적인 인간의 얼굴이자 기호로서의 인간의 얼굴인 동시에얼굴 너머로 깊은 곳에서 보여지는 나 그런 얼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또 다른 나라고 말한다. 최근 작가는 30호 크기의 캔버스에 몸의 실루엣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실험적 태도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의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세 작가는 작업에 몰두하며 각자의 세상을 진솔하게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표출한다. 자신의 신체를 기반으로 느끼는 감각과 감정들이 쌓여 마구 뒤섞이는 과정에서 작업은 명확한 해석의 지점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말과 생각이 무성해지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세 작가 모두 자신의 작업이 단일한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음을 긍정한다. 이는 필연적인 오독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때론 낯설고 불편하여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감각과 생각의 층위들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로 인해 관습적인 사고 체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의문을 던진다. 이수명 시인은 『횡단』에서 동질감이란 구속적이다. 그러면서도 개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란 얼마나 허약한가?"[1] 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구성원에 좀 더 적합하게 동질화하고자 차이를 드러내기 힘들어하며 개개인의 다양성을 은연중에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오류나 오독이라고 방점 찍었던 것이 사실 개개인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궁극적으로 존재와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감각의 확장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전시는 생각이나 말 따위가 마구 뒤섞이는 순간들 사이, 차이의 서사를 생성하며 여러 해석이 무성해지는 순간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현경





 [1] 이수명, 「우리에겐 더 많은 분산과 상극, 고립이 필요하다」, 『횡단』(서울: 민음사, 2019), 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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