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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대전시 중구 DMA 캠프 2024 Ⅰ《메신저의 신비한 결속》

전시기간 2024-03-26~2024-05-19
전시장소 대전창작센터
전시장주소 대전시 중구 은행동 161 지도보기
오픈시간 10:00-18:00
관람료 무료
기관명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
문의 042-270-7390
웹사이트 https://www.daejeon.go.kr/dma/DmaExhibView.do?exYear=&exType=02&menuSeq=6084&exSeq=105769&&pageIndex=2
후원 대전시립미술관

상세내용

기획의도

전시 《메신저의 신비한 결속 (Mysterious Solidarities of Messengers)》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 사이에 일어나는 고유한 감각의 총체와 교감적 경험을 메신저(Messenger)의 영역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먼저 하나의 가설로서 ‘메신저’의 역할에 주목하는 전시는 그 기원과 유래를 되짚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점을 시작점 삼는다. 신화 속,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며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령 헤르메스(Hermes)의 세계, ‘알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annuntio'에서 파생된 수태고지(Annunciation)' 속 가브리엘과 같은 천사는 명시적 상호관계에서 배제된 안내자이자 매개자, 기생자 등 중간자의 의미로 수렴하는 지대를 점유해왔다. 이들은 구체적인 형상과 무형의 절대성을 경유하며 깜박이는 빛, 섬광, 기류, 회로 속 잡음에 담긴 이동체의 모습으로 출현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저서 『천사들의 전설 (La légende des anges)』에서―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이 전제하는―국지적(régional) 개념을 벗어나 정합적 총체를 부여해 확장하는 순환의 지지체를 무수한 형태의 천사들에 대입해 서술한바 있다. 메신저는 다른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관계를 맺으며, 수직·수평의 길을 열어내는 심원이자 세계를 향한 연결고리가 되어, 새로운 인식론적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 전시는 이러한 전개에 비추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 형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점(點)적인 상태의 대지를 발견하고 미지의 영역 속 발화자를 인식할 가능성은 ‘선택된 감각’과 ‘결합의 형태’인 조형 언어와 미술의 자율적 실천에서 포착된다. 전시는 작품을 구성하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 근원적 생의 토대를 발견하고 연결한다는 점에서 ‘메신저’의 역할과 기능을 환대한다.

헤르메스의 어원은 ‘헤르마 (ἕρμα, herma)’이며, 여기서 파생된 단어는 횡단, 이동, 전이와 같은 뜻을 가진 헤르메틱(hermetic)이다.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여섯 작가 고산금, 배인숙, 유리, 이빈소연, 이산오, 이유경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비자연의 특별한 구분 없이 헤르메틱적 관념과 개념에 접근하여,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감각과 경계의 결합을 횡단한다. 전시명 ‘메신저의 신비한 결속’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서 가져온다. 우리를 둘러싼 미지의 영역을 향해 서사를 전개하는 키냐르의 소설은 보이지 않지만, 신비한 충만함으로 감각될 이번 전시의 주제에 겹쳐진다. 감각적 경험과 의식의 연대로 뒤얽힌 망은 지금 여기, 하나로 결속한다.

전시내용

참여 작가 고산금, 배인숙, 유리, 이빈소연, 이산오, 이유경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비자연 대상에 대한 구분 없이 다양하게 흩어져 있는 감각과 경계의 결합을 회화, 영상, 사운드,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시청각 매체를 통해 번역한다. 전시명 ‘메신저의 신비한 결속’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서 가져온다. 우리를 둘러싼 미지의 영역을 향해 서사를 전개하는 소설은 보이지 않지만, 신비한 충만함으로 감각될 전시의 맥과 함께한다.

4월 중 아티스트 토크 예정
작가정보
이빈소연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성에 주목하며, 영상, 설치, 디지털 페인팅 등 다양한 매체를 섬세하게 다루어왔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되는 <페어리 모빌리티 투자유치설명회 비디오: 고아를 만드는 기계>(2023)는 인간과 문화, 자연에 깃들어 있는 송·수신자 간 이동의 영역과 사라져 가는 메시지의 전달체계를 추적하며, 요정이 그린 원호이자 균륜인 ‘페어리 링’(fairy ring)’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한편 작가는 한국 가족 관계에서 비롯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고모와 작가 자신 사이에서 일어난 어린 시절 좌충우돌 사건을 바탕으로, 사변적 상상을 교차시킨 설치 작품 <링 링>(2024)을 선보인다. 작가가 설계한 ‘페어리 모빌리티’에서 복제되는 ‘고아(孤兒)’는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전화기 선 너머의 잡음과 실패로 끝난 고모와의 소통을 이으며, 현실을 재편한다.

이유경은 과거 3D CG 온라인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teleporting)도중 그래픽 오류로 인해 아바타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 이 경험은 뉴질랜드와 영국으로 이주해 보낸 작가의 개인적인 시간과 장거리 연애, 줄여서 롱디(Long-distance relationship)로 불리는 경험에 자연스럽게 싱크된다. 신체에 내재한 ‘연결’이라는 감각과 자아개념 은 현실과 전자 매체를 경유하는 이미지로 투영되며 작업 전반 필연적인 방법론으로 작동한다. 작품 〈Self Portrait (자화상)〉(2019-2023) 시리즈는 모체가 되는 작가의 신체를 지지체 삼아, 이미지 데이터를 현실 공간에 조각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빈도 높은 교차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한 신체의 지각은 작품 〈A Lover’s Discourse: Fragments (사랑의 단상: 파편들)〉(2023)의 투명한 말풍선으로 물질화 되어, 가상과 현실의 통로를 떠다닌다. 연질 PVC, 코팅된 종이, 버블 랩, 글리터 등의 재료를 통해 물성의 단단함을 덜어낸 작품들은 가상 속 실체 없는 양태를 감각하는 경로를 잇는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Connecting… (2)(커넥팅...(2))〉(2023)을 따라 올라가면, 전시실로 이어지는 통로 새들의 맑은 지저귐이 들려온다.

배인숙은 음악과 설치를 결합해 그 안에서 신체가 몰입하는 원리를 구성하며, 상호 작용에 의해 완성되는 소리 장치를 제작해 왔다. 작가는 작년 봄과 여름 사이 강원도, 제주도 등의 숲에서, 동트기 전 가장 어둡고 고요한 시간 신기루처럼 몰려드는 새들의 소리를 녹음한다. 시미언 피즈 체니(Simeon Pease Cheney)가 새들의 노랫소리를 기보해, 자연의 소리를 음악의 언어로 해석했듯 작가는 소리로만 공간 전체를 장악했던 경험을 8개의 스피커 박스와 LED 빛 인스톨레이션으로 구현한다. 리라(Lyre)의 외양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줄인사〉(2023)는 기타에서 사용하는 현과 줄감개로 제작되어 하프의 연주법을 사용한다. 20개의 각 현에는 작가의 음성이 담긴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지만, 연주로 인해 인사말은 무작위로 섞여 해독 불가능한 음악이 연주된다.

유리는 매일의 경험과 감정에 반응하는 감각에 주목하며 작업을 시작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언어에 기생할 수 없어 말과 글이 되지 못한 세계, 물질에 종속된 명사와 동사의 쓰임에서 벗어난 ‘소통 체계’를 향해 예리한 촉을 새운다. 동시에 몸과 몸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시공을 재조직하는 것들, 결코 언어 체계가 건져내지 못한 현상을 회화로 표현하는 정공법을 취하며 한 장면을 향해 결속하고 매듭짓는 수행을 병행한다. 시간과 존재 차원에서 분산된 회화 작업은 ‘아티스트 북’이라고도 불리는 4점의 조각 작품 <고작 한 장의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2023-2024)와 함께 설치된다. 작가는 종이 한 장을 넘기는 찰나의 순간을 떠올린다. 지각할 수 있다는 믿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붙잡으며, 수많은 수신자와 발신자 간의 간극을 연결해 간다.

고산금은 오랜 시간 소설, 신문, 시, 철학서, 법전 등 시각적 기호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텍스트에서 조형적 원리를 탐구해, 화면을 재단하는 시각적 틀을 새롭게 구성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작업의 주요한 소재인 인공 진주를 사용하여 글자 수와 간격을 따라 일관되게 배치하거나 문장 구조를 해체해 연출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원본의 의미론적 맥락이 탈각된 작가의 수행은 진주의 속성에 내재한 의미와 함께,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영혼을 갖는 그 무엇으로 빛난다. 이번 전시에는 <메모리 보드>(2019) 시리즈 일부가 소개된다. 오직 검은색 볼펜으로만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선을 그리는 압력에 의해 구김이 생긴 종이는 진주의 우연적인 움직임을 발생시키며 가장 필연적으로 작가의 오랜 사유와 예술적 상상을 투영한다.

이산오는 기억과 무의식 그 사이로 흐르는 무화된 시간에서 취득한 특정 문구와 단어를 드로잉과 함께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글이 발생하는 구조와 동등’ 하게 성립된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는 드로잉을 연유해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인접해 나간다. 시청각적 경험으로 포착할 수 없는 형상을 붙잡아내는 작가의 시도는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새의 형상과 초자연적 이미지로 승화된다. 인간, 도시, 신화, 자연을 관통하며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신작 <가이드>(2024), 그리고 마치 그림에서 솟아 나온 듯한 작가의 조각 작품은 삶과 죽음, 지하와 지상, 낮과 밤을 넘나드는 정령이자 중간 지대의 모티브로 작동하며 공간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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