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마이페이지 | 내주변검색

아카이브

인천시 중구 / 전시 치유적 풍경 - 사랑

전시기간 2019-11-09~2019-11-15
전시장소 선광문화재단 갤러리
전시장주소 인천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4 지도보기
오픈시간 AM 10:00 ~ PM 06:00
관람료 무료
기관명 박진이 개인전
문의 032-773-1177
웹사이트
후원 O

상세내용

1573647861065.jpg


편집된 자연, 뒤란의 페이소스 

 

자극적인 이미지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실제로는 아무 것도 눈여겨보지 않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잉여의 삶에서는 아주 작은 일상도 때로는 운명처럼 거부 할 수 없는 치명적 관계로 다가 온다.

 

작가는 현실에서는 한 발 물러서있는 사람들이다. 물러서있다는 것은 무엇으로부터 떨어져있다는 것. 현실과 다른 영역이라면 그 곳은 어디인가. 사실, 그곳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영역이다. 다만 존재너머의 현실이기에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치열한 구도의 길에서 삶의 원형과 시원에 대한 성찰로 지난한 삶을 감내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다른 종류의 현실, 그것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상상의 세계, 자신의 세계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도달하는 치명적 아름다움을 위해 자연과 문명, 그 경계에 걸쳐있는 사람들이다. 자연과 문명, 상반된 개념이지만 최초 인류는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파노라마에서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경험한다. 그 공포는 인류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면에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해 서정이라는 체념적이고 가식적이자 몽환적인 환상 뒤로 숨어 도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비켜서 생각하고 은근한 메타포라 수사로 애써 직설적인 수사를 꺼리는 것이 그것이다.

동양의 미학 저자 ‘킴바라 세이고’는 ‘비워 쓸쓸하게 남은 공간에서 비로소 슬픔이 스며든다고, 그 알 수 없는 슬픔의 시원과 정체를 더듬어가는 지난한 여정이 예술이 해야 하는 작은 소명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편집된 자연에서 부터 삶의 원형, 그 시원을 유추해내려는 지난한 노력이 예술의 소명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작가 박진이 작업은 편집된 자연의 단편적 해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무심하게 보이는 것은

그녀의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격한 감정이 지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떠나간 후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판단은 변한다. 들고나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일상은 단조롭다. 번잡스러운 현전의 아우라에서 그녀의 편집된 자연은 담담하게 다가온다. 들판이나 호젓한 산모퉁이를 돌면 불쑥 나타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나 들풀들, 모란과 쉿땅 나무, 작은 풀 한포기의 떨림에서 불안한 현실과 시대적 아픔이 묻어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꽃망울에서 작은 희망과 치유를 상상해 본다. 그녀의 작업에서 보여 지는 치유적 장치는 채움과 비움 사이 작은 감성의 편린들이 잔잔한 페이소스를 품은 여백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여백은 나른한 봄날 창가에 스며든 햇볕처럼 일상에 닿아 있다. 무성한 잎들로 채워진 번잡함을 희석시키는 비움의 공간이자 뒤란의 여운이 묻어난다. 텅 비어있는 순백의 공간은 완성을 지향하는 현재진행형인 동양화에서 매우 중요한 관자와의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작가의 사유를 덜어내기 위한 공간이자 관자의 몫이기도 한 그녀의 여백은 그래서 더 애잔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최근 작가의 신작이 색을 최소화하고 먹의 상태를 먹의 선으로 지지하는 수묵의 본질로 회귀하려는 과정에서 그동안 전통과 편견 사이 그 괴리감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엿 볼 수 있다.‘모든 것이 다 타버려 이제 탈 것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 즉 무욕의 경지요 시각적인 다양성을 최소화하고 극적인 단조로움에서 그 의미를 확장하고자 하는 그녀의 의도에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해 본다.

 

거대 담론에 현혹되기 쉬운 요즘, 작은 떨림에 천착하는 그녀의 작업에서 삶의 기저를 반추해 볼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진솔한 담론이지 않을까 한다.

 

 


2019.10 수목원 작업실에서

작가 김 관 수


 

1573647838958.jpg

 

1573647845280.jpg

 



목록